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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 눈
  • 기자명 나주토픽

시민의 눈 182 국민(시민)을 대표하겠다는 사람은 ​…

  • 입력 2024.03.28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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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눈 <182>

국민(시민)을 대표하겠다는 사람은 ​…

  오는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극한 대결 속에서 평소 여야 정치인들이 쏟아낸 막말로 여론의 집중포화로 공천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있었다. 막말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정치인이 아니었던 때 또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라는 등의 변명을 내놓는다. 어느 '인간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있어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라는 것으로, 관련 이야기가 담긴 플라톤의 '기게스의 반지' 이야기를 먼저 소개하며 글을 이어본다.

옛날에 기게스라는 목동이 리디아의 왕 칸타울레스 왕을 섬기며 살았다. 어느 날 지진이 일어나더니 그 자리에 땅이 갈라지면서 동굴이 생겼다. 기게스는 조심스럽게 갈라진 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거기에는 발가벗은 거인의 시체가 있었다. 그 거인의 손에는 금반지가 끼워져 있었는데 기게스는 무서웠지만, 반지를 빼서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

​그 후 왕에게 양들에 대해 보고하는 목동의 모임이 있었는데 기게스는 그 반지를 끼고 참여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다른 목동들이 이야기했다. "여기 있던 기게스는 어디 갔어?"

​자기는 그 자리에 있는데 다들 그 이야기를 하니까 처음에는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했지만, 목동들은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그래서 반지를 돌려보았다. "여보게, 어디 갔다 왔나. 눈 깜짝할 사이에 자리에 나타나다니 놀랍군." 그제야 기게스는 반지를 돌리면 다른 목동의 눈에는 자신이 안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기게스는 이 반지를 이용해서 왕비와 간통하고, 칸다우레스왕을 암살하여 왕위를 찬탈한다. 평범하고 성실한 목동이었던 기게스가 악마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이를 두고 글라우콘은 소크라테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런 경우에 올바름 속에 머무르면서 남의 것을 멀리하고 그것에 손을 대지 않을 정도로 그처럼 철석같은 마음을 유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이 생각됩니다. "인간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있어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면, 다들 기게스처럼 나쁜 짓을 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 국민을 대표하겠다는 사람 '막말' 허용 안 된다.

  4월 10일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윤’ 청년 정치인 장예찬 후보는 막말 난무 충격으로 공천이 취소됐다. 2013년 무렵 자신의 SNS에 "매일 밤 난교를 즐기고 예쁘장하게 생겼으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집적대는 사람이라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프로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지 않을까?", '동물병원을 폭파하고 싶다.', '(서울시민) 교양 수준이 일본인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싶다', '책값 아깝다고 징징거리는 대학생들이 제일 한심하다.' 등의 어처구니없는 게시물 내용들이 속속 공개되었다.

이를 두고 장 후보는 "과거 부적절하고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있어 심려를 끼쳤다.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라며 사과했지만, 국민은 용서하지 않았다. 다수 전문가는 '막말과 뻔뻔함은 기게스의 반지를 끼고서 나쁜 짓을 한 것과 다를 바 없다'라는 표현과 함께 '국민을 대표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라면 국민이 보는 곳에서만 품격있는 언행을 하고 국민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상식 이하의 막말을 하는 이중인격의 태도는 적합하지 않다.'라고 폄하했다. 그런데 이런 정치인들이 너무 많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후보자 37%가 전과자라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막말을 하는 사람이나 전과자들이 우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는 현실이 너무도 부조리하다. 정치는 어떤 사람들이 해야 하는 것인가. 그래도 국민 평균 수준보다는 나은 사람들이 국민의 대표가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단지 이번에 논란이 된 정치인들만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그보다 더 심한 언행들을 하고서도 버젓이 후보가 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더 형편없이 못 한 후보들을 걸러내는 것은 결국 우리 유권자들의 몫이다.

유권자는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듯이 큰 도둑을 걸러내야 한다. 숱한 선한 사람들을 잡아먹는 괴물이 되는것을 막아내고, 자신의 행동을 올바르게 통제할 가능성이 큰 인물을 키워내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공인되는 정서 즉 '민주당 공천은 당선'이라는 호남지역의 나주시민이지만 우리도 '기게스의 반지'를 악용하는 정치인은 걸러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조심스럽게 '나주시민도 성숙해져야 한다'라는 제언을 해본다. 국회의원, 시장, 시의원 등 모든 선출직 선발이 능력 없고 죄지은 자가 나주시민의 대표로 나서는 것을 이제 거부할 줄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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